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채권자의 수령보조자의 과실은 곧 채권자의 과실로 본다. 이에 반해 피해자와 신분상 내지 생활관계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자의 과실을 피해자의 과실로 보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참작하는 이론이다. 주로 공동불법행위에서 피해자가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과 신분상 또는 생활관계상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경우에 문제 된다.
이 이론은 피해자가 피해자 측 외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피해자 측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다35344 판결(화물차가 전신주에 충돌하여 조수석에 타고 있던 피해자가 사망한 사안)도 “오로지 호의동승 차량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사고로 동승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어 동승자 혹은 그 유족들이 그 동승 차량의 운행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운전자의 과실은 오로지 동승 차량 운행자의 손해배상채무의 성립 요건에 해당할 뿐 피해자 측의 과실로 참작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예를 들어 A(과실 30%)가 자신의 처인 C를 태우고 자동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B(과실 70%)가 운전하는 자동차와 충돌하여 C가 100만큼의 상해를 입은 경우, C가 B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100만큼의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되면, A와 C는 부부관계로서 신분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법원은 A의 과실을 C의 과실로 보아 과실상계를 하여 C의 청구 중 70만큼만 인용하여 야 한다.
만일 위 사례에서 C에게 전체 사고에 대한 과실이 10% 있는 경우라면, 법원은 A의 과실과 C의 과실을 모두 참작{10% + (90 × 0.3)%}하여 C의 청구 중 63만큼을 인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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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구상관계의 순환 방지
위 사례에서 A의 과실을 C의 과실로 보아 과실상계를 하지 않으면, B는 C에게 100만큼을 배상한 후 다시 A에게 30만큼을 구상하게 되는데, A와 C가 부부사이로서 경제적 동일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위 부부는 70만큼의 배상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구상관계를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B가 C에게 70만큼을 배상하는 것이 간단하다.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의 무자력 위험을 분배
위 사례에서 A의 과실을 C의 과실로 보아 과실상계를 하지 않으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B는 A에게 30만큼의 구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만일 A가 무자력이라면 그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반면에 A의 과실을 C의 과실로 보아 과실상계를 하면 C는 B로부터 70만큼의 배상을 받은 후 나머지 30만큼에 관해서는 A에게 그 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만일 A가 무자력이라면 그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A의 무자력의 위험은 그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B보다는 그의 처인 C가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고 우리의 법 감정에도 부합한다.
‘피해자 측’의 범위
일반론으로는 ‘피해자와 신분상 또는 생활관계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자’라고 정의할 수 있으나, 이 이론을 인정하는 이유가 ‘불필요한 구상 관계의 순환 방지’, ‘무자력 위험의 적정한 분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가해자 중 1인이 피해자와 경제적 동일체 관계에 있어서 불필요한 구상 관계의 순환을 방지할 필요가 있거나 그가 피해자와 신분상 또는 생활관계상 동일체 관계에 있어서 그의 무자력의 위험을 다른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부담하는 것이 보다 공평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 한해서 이 이론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인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 (= 인정)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경우 친권자 등 감독의무자에게 감독상의 과실이 있다면 이를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하여야 한다.
피용자의 행위로 사용자 본인이 피해를 입은 경우 그 피용자 (= 인정)
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다426 판결 : 사고 당시 황금영(피용자)은 교회의 업무를 위하여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고 망인(사용자)은 교회의 제반 업무를 주관·감독하는 담임목사로서 교회의 업무에 속하는 기도회를 마치고 신도들과 함께 교회로 돌아가던 중에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의 책임을 정하는 데에는 황금영의 과실은 피해자 측의 과실로서 함께 참작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사용자의 행위로 피용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용자의 과실을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하여서는 안 된다.
◎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23232 판결 : 망 이상순(피용자)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소외 유국희가 운영하는 다방의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차 배달 목적으로 동승하였다 하더라도 이 점만 가지고는 위 망 이상순과 위 유국희(사용자)가 신분상 또는 생활관계상 일체를 이루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1995. 9. 26. 선고 95다25213 판결 :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피해자인 소외 망 한인섭이 소외 김종상의 피용인으로서 사고 당시 위 김종상이 경영하던 건축관계 일로 같이 옥포조선소에 들렀다가 장승포시에서 낚시를 한 후 비가 와서 귀가하기 위하여 위 김종상이 운전하던 승용차에 동승하고 오다가 피고 최갑숙의 피상속인인 소외 망 정재선 운전의 승용차가 위 김종상 운전의 승용차를 충돌하여 사고를 당하게 된 경우까지 무상동승이라 하여 위 김종상의 과실을 위 한인섭의 과실로 보아 손해액을 감경하기는 어렵다.
피해자와 가족·친족관계에 있는 자
생활상의 일체성이 어느 정도 나타나 있으면 피해자 측에 해당한다. 배우자 또는 동거가족의 과실은 대체로 피해자 측 과실에 해당한다.
피해자측 과실 부정한 사례
◎ 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다26183 판결: 원심은, 소외 여대길은 1993. 12. 31. 소외 주식회사 대덕타워를 설립하고 아들인 소외 여종훈(1971. 1. 28. 생)을 감사로, 조카인 소외 망 여남기(1971. 6. 25. 생)를 이사로 등기부에 등재한 사실, 여종훈은 위 회사가 신축한 대덕타워 건물 내에 있는 슈퍼마켓의 영업사원으로, 그의 사촌동생인 여남기는 위 건물 내의 여관과 사우나 및 식당일을 담당하는 관리주임으로 각 근무하여 왔는바, 여종훈은 슈퍼마켓에 진열할 식품과 어패류를 구입하기 위하여 1994. 11. 4. 자정이 지난 시각에 회사 본거지인 울산에서 부산 부전시장으로 회사 소유의 마이티 보냉차량을 운행하게 되었을 때 사촌인 여남기를 깨워 그와 함께 위 사고차량을 운행하게 된 사실, 처음에는 여남기가 차량을 운전하고 여종훈은 조수석에 앉아 가다가 차량이 부산 노포동에 이르렀을 때 여남기가 피곤하다면서 여종훈에게 운전하라고 권하므로, 자리를 바꾸어 여종훈이 차량을 운전하고 여남기는 조수석에서 수면을 취하던 중, 같은 날 03:20경 도로가에 위법주차되어 있던 피고 소유 트레일러 차량을 사고차량 전면으로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되어 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남기가 사망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피해자인 여남기와 운전자인 여종훈의 신분관계, 차량의 운행목적 및 운행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트레일러 차량의 소유자인 피고가 망 여남기에게 배상할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운전자인 여종훈의 과실을 피해자측의 과실로 참작함에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이유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공평하게 분담시키고자 함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피해자의 과실에는 피해자 본인의 과실 뿐 아니라 그와 신분상 내지 생활관계상 일체(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자의 과실도 피해자측의 과실로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 여남기와 여종훈은 성년이 지난 4촌형제 간으로서 각자의 직업을 가진 독립된 경제주체임이 분명하므로, 망 여남기가 사촌형인 여종훈의 가족회사에서 여종훈과 직장동료로 근무하고 있다고 하여 서로 간에 신분상 내지 생활관계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또 망 여남기와 여종훈이 위 차량을 교대로 운전하기는 하였으나 망 여남기가 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회사의 직원으로서 차량을 운행한 이상 망 여남기가 차량에 대하여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므로, 차량의 운전자인 여종훈의 과실을 그 차량의 동승자에 불과한 여남기의 과실로 참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해자와 운전자 사이에 4촌형제 간이라는 신분관계가 있고 회사의 직장동료로서 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차량을 교대로 운전하였다는 사정만에 근거하여 운전자인 여종훈의 과실을 동승자인 피해자측의 과실로 참작할 수 있다고 보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그러한 위법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피해자측 과실 긍정한 사례
◎ 대법원 1994. 6. 28. 선고 94다2787 판결 : 원고 김우영(망인의 아들로서 공동불법행위자인 동시에 상속인)은 위 망인의 피용자도 아니고 미성년자도 아니기는 하나, 위 망인과 동거하는 아들일 뿐만 아니라, 위 망인이 경영하는 위 음식점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여 왔는데, 위 사고 당일에도 위 음식점의 일을 도와주기 위하여 위 망인을 자신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위 음식점까지 동행하여 갔다가 불을 밝히려고 1회용 라이터를 켜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위 망인이 사망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은 위 망인과의 위와 같은 신분관계 내지는 생활관계로 보아 피해자측의 과실로서 위 망인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다27384 판결 : 남동생이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하였다가 남동생의 과실과 제3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출가한 누나의 유족이 제3자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의 남동생의 운전상의 과실을 피해자측 과실로 보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참작한 사례.
◎ 대법원 1989. 12. 12. 선고 89다카43 판결 : 아버지와 동거중인 어린 아들(사고당시 5년 1개월 남짓)은 그 신분과 생활관계에 있어서 아버지와 일체를 이루고 있다고 볼 것이므로 아버지가 운전중인 차에 동승하고 가다가 제3자가 운전하는 차량에 충돌당하여 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인 아버지의 과실은 아들에 대하여도 피해자측의 과실로서 참작하는 것이 형평의 이념에 맞는다고 한 사례.
◎ 대법원 1999. 7. 23. 선고 98다31868 판결 : 교통사고의 피해자인 미성년자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친권자로 지정된 모(母)와 함께 살고 있었으나, 사고 당시 부(父)가 재결합하려고 모(母)와 만나고 있던 중이었으며 부(父)가 그 미성년자와 모(母)를 비롯한 처가식구들을 차에 태우고 장인, 장모의 묘소에 성묘를 하기 위해 가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고 당시 부녀간이나 부부간에 완전한 별거상태가 아니라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그 미성년자는 사고로 사망한 부(父)의 상속인으로서 가해자가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결국 그 구상채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 비추어, 이들을 신분상 내지 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로 보아 그 미성년자에 대한 개인용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 중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조항에 따른 보험금 산정시 부(父)의 운전상 과실을 피해자측 과실로 참작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서 상당하다고 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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